[스탠드업포라이프] (8) 생명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

성산생명윤리연구소에서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Stand up for Life(스탠드업포라이프)' 강의를 진행하였고 총 13명의 프로라이프빌더(pro-life builder)와 3명의 수료생을 배출하였습니다. 스탠드업포라이프 수강생들이 낙태에 찬성하는 프로초이스(pro-choice) 입장을 가진 '가상'의 친구에게 쓴 편지글을 더워드뉴스에서 9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여덟번째 순서로 김하나님의 편지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해.

 

내겐 나를 참 부담스러워 하고 엄마를 닮았다며 싫어하던 아버지가 계셨어.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아버지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 아버지의 폭력과 이혼 요구를 피해 어머니는 다른 곳에 가 계셨고 아버지는 어떤 여자분을 우리집에 데려오셨어. 그리고 아버지는 나와 동생들에게 엄마와의 결혼은 아이가 생겨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거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변호를 하셨지.

 

​첫째였던 나는 그 아이가 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부모님의 결혼이 나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그 말에 엄청난 상처를 받았지. 사실이더라도 충격적인 이야기이고 사실이 아니어도 자식에게 그런 얘길 하는 아버지로 인해 한창 방황의 끝을 달리던 십대 시절 마음이 많이 어려웠어. 나는 실수로 생겨난 아이이고 나는 사랑의 결과물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태어난 아이, 부모님의 인생을 불행스럽게 만든 아이라는 생각에 괴로웠지. 그 시절 살아야 하는가 죽어야 하는가 고민을 했었고 아버지가 죽도록 싫어 내가 죽일 수 없으니 차가 와서 박아줬으면 하는 어리석은 마음을 가졌던 적도 있었어.

 

그 지옥같던 시간을 지나온 지금...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해. 나는 내가 지금 살아있는 것에 감사해. 그 죽지 못해 살던 그 시절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들거든.

 

나는 지금 한 남자의 아내로 네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어. 배 아파 낳은 아이셋과 가슴으로 낳은 한 아이의 엄마로 사는 나는 요즘 낙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너무 아파.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나는 사실 이미 낙태되어 세상에 있어서는 안되는 아이였고 우리 아이도 낙태되어 마땅한 아이였어. 나는 그 시절 부모님을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였고 아버지는 나로 인해 군대도 가기 전 22살의 어린 나이에 가정을 책임져야 했지. 또한 엄마는 22살의 나이에 아기를 가졌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엄마로 아내로 살아야 했으며 집에서 아기를 돌봐야 했어. 페미니스트들과 낙태찬성론자들의 말에 의하면 고작 세포덩어리밖에 안되는 나로 인해 두 사람은 거대한 지각변동을 경험해야 했고 최소 중상 아니면 사망이라는 임신과 출산을 경험해야 했으며 경력단절과 함께 힘든 책임을 져야만 했어.

 

​나는 이들의 논리에 의하면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이자 불필요한 존재였으며 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해치는 존재였고 경력단절을 하도록 만드는... 한 여성의 삶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였어. 그래. 저들의 논리에 의하면 나는 낙태시켰어야 할 세포덩어리였고 살아 있어서는 안되는 존재였어.

 

 

그리고 나의 사랑스런 아이...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나의 아이도 다르지 않아.

십대인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나의 아이도 저들의 논리에 의하면 십대이고 부모님들이 동의하지 않은 아이였고 친부가 책임져 줄 수 없기에 이 아이는 낙태되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아이였어.

그런데 지금 이 아이는 태어나서 걷고 뛰고 한시도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이 없는 에너자이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열정이 넘치는 활동과 가끔 과한 행동과 고집을 부려 혼나기도 하지만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사랑이 넘치는 말들을 하는 눈물을 닦아줄 줄도 알고 안아주며 토닥거려 줄 줄도 아는 사랑스런 아이, 아침마다 일어나기 싫어 꾸물거리고 꼭 입고 싶은 옷은 꼭 입어야만 하는 고집이 보통이 아닌 아이. 사진 찍을 때면 여러가지 포즈를 취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이. 학교 담임선생님이 너무 좋지만 한 가지 선생님이 말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진심 담긴 어이없는 말로 온 가족을 웃게 만드는 소중한 나의 아이.

 

​저들의 논리에 의하면 나와 아이는 세상에 살아있으면 안 되는 존재잖아. 그런데 우린 엄마와 딸로 만나 가정을 이루고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비슷한 입맛, 비슷한 성격, 닮은 얼굴을 하고 살아가고 있어.

 

 

나는 정말 죽어 마땅한 존재일까?

내 아이는 정말 죽어 마땅한 존재일까?

그냥 뱃속에서 가위로 갈기갈기 찢어져 긁어내어져야 할 존재일까?

 

나는 내 인생을 사랑해.

나는 내 아이들과 내 남편을 사랑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해.

나는 살아서 이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었던 내 삶이 너무 감사해.

나는 내 아이를 낳아준 그 친모에게 감사해.

나는 나와 내 아이를 지켜준 우리나라 법에 감사해.

나는 나와 내 아이를 지켜준 우리나라의 생명존중사상에 감사해.

나는 나와 아이를 세포덩어리가 아닌 한 인간으로 존중해준 나의 어머니와 아이의 친모에게 감사해.

 

나는 나와 내 아이와 같은 사람들이 살아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생명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

너도 나와 같이 생명을 선택해주면 좋겠어.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너의 친구 하나가 사랑을 담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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